베트남에서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완화되면서 주민들의 저녁 식사 및 음주 자리가 늘어나고 방역 규칙이 무시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8일 저녁, 호찌민시 8군의 한 식당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고 군중들로 시끌벅적했다. 일부 테이블에서는 술을 마시며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도 보였다. 식당 벽에 ‘주류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팻말이 걸려 있었지만 그 바로 아래에는 맥주 캔과 병이 어지럽게 깔려 있었다.
같은 날 3군에 거주하는 레호앙(Le Hoang)씨는 “봉쇄가 끝나고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친구, 동료들과 식사와 술을 마시는 것이었습다”고 말했다. 근 4개월간 격리 생활 끝에 예방 접종을 완료했다는 그는 “이렇게 식당에서 술을 마시니 집에서 마시던 것과 느낌이 다르다”고 밝혔다.
호찌민시 1군의 한 바비큐 식당에서는 8명의 손님이 동료 2명의 생일을 축하하고, 신입사원을 환영하기 위해 맥주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음주를 통해 화합을 이룬다. 맥주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거나,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퇴근 후 동료들과 식사와 음주를 하는 것은 베트남 사회생활의 문화 중 하나였다. 여러 지역에서 장기간의 봉쇄가 이어진 끝에 많은 회사들이 영업을 재개하면서 식당들은 다시 술을 팔기 시작했고 손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호찌민시 투득의 한 식당 주인은 “다음 주말까지 예약 건수 예상 밖으로 증가했다”라며 ”시에서 주류 판매를 허가한 뒤로 예약이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호찌민시 당국은 10월 중순부터 모든 식당에 대해 정원의 50%만 유지하고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7군과 투득시를 제외하고는 알코올 판매도 금지했다. 그럼에도 많은 식당들이 이러한 규정을 무시하고 있다.
호찌민시 1군 응웬반투(Nguyen Van Thu) 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손님들이 바비큐와 함께 콜라와 생수를 마시려고 식당에 오지 않는다“라며 당국의 규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손꼽히는 알코올 소비국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감소했지만 한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인 2020년에 예년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18년에는 1인당 월 0.9리터의 술을 소비했지만 2020년에는 1.3리터로 늘어났다.
술은 직장인들이 동료들과 함께 업무와 일상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돈독한 관계를 쌓을 수 있는 기회이다. 하노이 롱비엔군(Long Bien) 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응웬후인민후이(Nguyen Huynh Minh Huy)는 직장 동료들과 훠궈집에서 음주를 즐겼다. 그는 “봉쇄 기간 동안 신입 직원들이 입사했는데 이번 만찬을 통해 이들이 우리 회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됐다“라며 술자리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언급했다.
음주 확산에 대한 경고
동료들과 다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에 긍정적인 시민들도 있지만 요즘 젊은층들은 퇴근 후 음주보다는 다른 활동에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긴 봉쇄 조치로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사회적 음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다.
회계사인 만뚱(Manh Tung)씨는 “이제 나는 밖에서 몇 시간씩 음주를 하지 않는다. 음주는 시간 낭비처럼 느껴진다. 대신 가족과 식사를 하고 함께 운동을 즐긴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시간 이후에 동료들과 술을 마시는 것이 나의 건강한 일과에 방해가 될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걱정하는 일부 시민들도 식당에서 음주를 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주장한다. 호찌민시 시민 후이(Huy)씨는 “사람들이 술에 취하면 모든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을 무시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호찌민시 보건국의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최근 시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 중 86%가 최소 1회 백신을 맞은 돌파감염 사례였다.
호찌민시는 코로나 4차 유행이 시작된 4월 이후 44만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다. 대유행은 점차 통제되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 약 1000명 정도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뉴노멀 시대에 맞게 공공장소에서 비위생적 관행들이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호찌민시 교통 공안은 최근 술 판매가 늘어남에 따라 음주 운전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10월 28일부터 11월 1일 사이에 투득시와 7군에서 200명 이상이 적발돼 벌금을 부과받았다. 적발된 시민은 “맥주 2병만 마셨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었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호찌민시 보건당국은 최근 전국적으로 전염병 상황이 다시 불확실해 지고 있는만큼 시민들이 경계심을 늦추면 안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호찌민시 코로나19 예방 및 통제 운영위원회의 팜득하이(Pham Duc Hai) 부위원장은 “전국적으로 새로운 감염 사례와 입원률, 사망자 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민들이 예방조치를 무시한다면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으며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타지역 사람들이 도시로 돌아오면 확산세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당국의 경고에도 시민들의 안전 불감증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호찌민시 시민 호앙(Hoang)씨는 “술자리는 늘 재미있고, 피곤한 팬데믹 속에서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의 주변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들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출처 : 베트남국제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