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베트남 주재 대사 자리에 보다 높은 급의 인사를 파견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이후 본격적인 교류 협력 확대를 앞두고 외교 채널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베트남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와 안보 지형의 큰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에 본격적인 공들이기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7일 베트남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베트남 주재 대사를 곧 새로 파견한다”며 “신임 대사는 현 김명길 대사보다 막강한 힘(greater power)을 가진 인물”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 같은 조치는 베트남과의 외교 관계를 격상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외교가 관계자는 “문책과 같은 이유보다는 고위직 파견을 통한 베트남과의 협력 강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명길 대사는 지난 2015년 8월 베트남 측에 신임장을 제출하고 공식 업무를 시작, 지금까지 3년 6개월 이상 근무해 왔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참석차 베트남을 찾은 김 위원장은 지난달 1일 하노이에서 베트남 공산당과 정부 지도자들을 잇따라 만나 “당과 당, 정부 대 정부의 교류를 활발히 해 경제, 과학기술, 국방, 체육문화예술, 출판ㆍ보도 등 모든 분야에서 협조와 교류를 정상화하고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거물급 외교관 파견은 베트남과의 관계 강화 외에도 아세안을 발판 삼아 북한이 ‘정상국가’로 복귀하기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세안 외교가 관계자는 “베트남이 2020년 아세안 의장국이 되고, 의장국은 지역 안보 등 각종 이슈에 대한 의제를 주도해서 끌고 간다”며 “의장국 수임을 앞둔 베트남은 북한의 아세안 진출에 있어 최고의 선택지”라고 말했다.
특히 의장국이 비회원국을 아세안 정상회의에 초청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북한은 베트남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아세안을 발판으로 다자 외교무대에도 나설 수 있다. 최근 북한과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에 있어 발목을 잡았던 ‘김정남(김 위원장의 이복형) 살해’ 사건과 관련, 이에 연루된 인도네시아ㆍ베트남 국적 여성은 풀려났거나 내달 초 석방을 앞두고 있다. 북한이 사건 발생 국가인 말레이시아를 포함, 관련 국가들과의 관계 복원에 나설 여건은 갖춰진 상황이다.
베트남 정부에 관련 인사 정보가 접수된 만큼, 현재 북한은 베트남 정부 측에 ‘아그레망’을 요청해 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아그레망은 파견국이 임명한 신임 대사가 접수국 국가원수에 신임장을 제정하기 전, 해당 인사의 공식 임명과 파견에 대해 상대국의 이의 유무를 사전에 조회하는 절차다. 통상 몇 주 걸리지만, 중요한 외교 파트너일 경우 수일 만에 이뤄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