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배우들의 꿈은 한국 배우와 함께 한국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다.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인 호앙옌찌비(23·사진)도 그렇다. 한국 영화 `써니`(2011)를 리메이크한 `고고 시스터즈`(2018)가 지난해 흥행 대박(누적 관객 138만명·역대 박스오피스 9위)을 터뜨리면서 일약 베트남 국민 여배우로 떠올랐다.
최근 베트남 호찌민 한 호텔에서 만난 호앙옌찌비에게 “한국과 베트남 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영화가 만들어지면 출연할 것인가”라고 묻자 “당연, 하~지요!”라는 한국말이 돌아왔다. “이민호, 이종석 배우가 나오는 영화와 드라마는 빠짐없이 챙겨 봐요. 여배우는 박신혜를 제일 좋아해요. 존경하는 선배는 전지현 배우인데, 자연스레 연기하는 점에서 많이 배워요.” 호앙옌찌비는 `베트남 아이유`로 불리기도 한다. 일찍이 아역 배우로 활동했고 목소리가 고와 수년 전부터 솔로 가수를 겸하고 있다. 그는 “`고고 시스터즈` 이래 알아봐 주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며 “영화의 힘을 그만큼 절감한다”고 했다.
`고고 시스터즈`는 CJ ENM 베트남 법인인 CJ HK 엔터테인먼트가 현지 제작사 HK FILM과 공동 제작했다. 원작 `써니` 줄거리를 그대로 좇되, 베트남 정서에 맞게 변용했다. 성격도 특성도 제각각인 사고뭉치 여고생들과 성년이 된 이들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호앙옌찌비는 “내가 연기한 주인공 휴푸옹이 `써니`의 나미(심은경)처럼 구수하게 욕을 잘했다더라”며 “베트남어는 성조가 있어 고저 장단이 큰 점이 먹힌 것 같다”고 했다.
올해 그의 출연작은 총 4편. 20대 여배우 중 제일 많다. 이달 호러 영화 `힐링 까이`에 이어 8월께 롯데시네마가 투자·배급한 로컬 영화인 가족 코미디물 `버터플라이 하우스`가 개봉한다.
인터뷰 말미에 “합작 영화를 넘어 한국 영화 출연을 제안받으면 한국에 올 것인가”라고 물었다. 두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며 그는 “꼭이요, 꼭”이라며 물개 박수를 쳤다. “저는 예술가로 인정받고 싶어요. 내적인 연기로 대중에게 여운과 감동을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