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짜장면, 짬뽕, 탕수육 등을 중식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는 오리지널 중국 음식이 한국으로 건너오며 퓨전화 된 것이다. 실제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짜장면은 중국에서 보기 어렵다.
이 같은 한국식 중화요리가 최근 베트남 젊은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떡볶이, 김밥으로 대표되던 K-분식에 이어 K-중식까지 베트남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푸미흥 한인 상권 지역에 위치한 한국식 중식당은 평일 점심 시간 약 50석의 좌석이 만석이었다. 이 중 70% 이상이 베트남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의 테이블에는 짜장면, 짬뽕, 탕수육, 군만두 등 우리에게 익숙한 메뉴가 놓여있었다. 음식이 나오면 카메라에 담고, SNS에 업로드하는 모습도 익숙하다.
이곳에서 만난 베트남 대학생 응웬티후엔(20세)는 “처음에는 짜장면의 색깔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먹다보니 중독되는 느낌이었다. 한국사람들처럼 고춧가루를 뿌려 먹기도 한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자신을 짬뽕 마니아라고 밝힌 또 다른 학생 응웬꽝투언(19세)은 “매운 음식과 해산물을 좋아하는데 짬뽕은 나에게 최고의 조합”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처럼 짜장면, 짬뽕 등이 인기를 얻자 호찌민시 전역에 한국식 중식당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코로나 이전만해도 7군 푸미흥 한인상권 중심가에 위치한 중식당은 5개 정도였으나 현재는 10곳이 훌쩍 넘는다. 투득의 한인 밀집 거주지역에는 최근 두 달 사이에 3곳의 중식당이 오픈했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지만 인기있는 중식당 매출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국식 중식당의 인기비결은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전세계인에 어필할 수 있는 맛이다. 기존의 중식과 비슷하면서도 상대적으로 향신료를 많이 쓰지 않아 호불호가 적다. 여기에 특유의 식감과 달콤함이 조화돼 베트남 젊은이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격적인 매리트도 장점이다. 과거 한국식 중식당의 객단가는 꽤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많은 중식당들이 짜장면 가격을 10만동~12만동 선까지 끌어내렸다. 특히 푸미흥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식당의 경우, ‘미니 탕수육’ 메뉴를 개발했다. 미니 탕수육은 가격대가 높은 한국식 중화요리의 대중화에 한 몫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NS를 활용한 마케팅도 중식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단순히 고전적인 방식의 메뉴 소개에 그치지 않고 K드라마에 등장한 중식 장면을 활용하거나, K팝 스타들이 짜장면을 먹는 모습 등을 활용해 베트남 젊은층의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다. 과거 외국인들이 치맥을 통해 한국의 식문화를 체험했듯이 짜장면과 짬뽕을 앞세워 한국을 경험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최근 투득 지역에 오픈한 한국식 중식당 ‘99짬뽕’ 총괄매니저 박모씨는 “한류의 영향도 있을테고, 베트남 음식 문화는 한국과 많이 닮아 그 어느 음식보다 빠르게 좋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물론 중식당에 대한 인기가 높다고 섣불리 오픈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한국식 중식이 여전히 대다수 베트남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음식이라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상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믿을만한 주방 스태프와 레시피도 갖춰야 한다.
출처 : 베트남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