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한국어 시험에 몰린 베트남 청년들이 화제다. 베트남 현지 언론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최근 하노이 한 학교에서 열린 한국 고용허가제(EPS) 한국어 능력 시험에 7,900여 명이 응시했으며, 이어 베트남 중부 출신 1만 1,700명이 다낭, 남부 출신 3,200명이 남부 호찌민에서 각각 같은 시험에 참여할 예정이다.
한 응시자는 “현재 베트남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한 달 약 1,200만 동(한화 약 66만 원)을 번다”며 “한국 농촌에 취업하면 수입이 4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시험에 합격하면 한발을 들여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내무부 산하 해외노동센터에 따르면, 올해 한국에 파견될 외국인 근로자 약 8,000명을 선발하는 과정에 총 2만 2,800명이 지원했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한국의 국내 사업장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광업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 주로 배치된다.
실제로 한국 내 베트남 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1,600~2,000달러(약 223만~278만 원)로, 일본(1,200~1,500달러)을 제치고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 10월 기준,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40여 개국에 진출한 베트남 출신 노동자는 약 65만 명이며, 이들이 본국으로 송금한 금액은 연간 40억 달러(약 5조 5,700억 원)에 달한다.
한국 정부도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최대 13만 명까지 외국인 근로자를 유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당국에 따르면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한국에 취업한 베트남 노동자는 2022년 433명에서 지난해 2천157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프로그램은 노동자가 여권·비자·건강검진 비용과 항공료만 내고 중개 수수료는 없어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현지에서 인기가 커지고 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인 청년 노동자의 급증은 한국 청년 고용시장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희대 무역학과 최영준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지역연구’ 논문에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 16개 시도의 노동시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1% 증가할 때 한국 청년층의 고용률은 0.73%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같은 연령대의 외국인과 한국 청년의 숙련도나 기술력은 비슷하지만, 임금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기업이 외국인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양측이 노동시장 내에서 ‘대체 관계’에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청년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중장년층(30~49세) 한국인의 고용률을 오히려 0.475% 높이는 효과도 있었다. 연구팀은 “저렴한 청년층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는 기업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50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30~49세 장년층 외국인 노동자 노동자 비중이 증가할 때, 50대 이상 한국인의 고용률은 0.81%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가 언어 장벽 등으로 인해 관리자급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당 역할을 한국의 고령 인력이 대신하게 되는 ‘보완 관계’가 작용한 결과다.
연구진은 외국인 노동자 도입 시 내국인의 일자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특히 청년층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일 때 산업과 직종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청년 외국인과 한국 청년이 과도하게 같은 분야에 몰리지 않도록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청년층이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직무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청년을 우선 채용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출처: 베트남익스프레스
